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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대물림 교육실태 보도] 어느 지방 학부모의 고백...“차별은 못난 내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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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대물림 교육실태 보도] 어느 지방 학부모의 고백...“차별은 못난 내 몫”

"지방권 학부모가 본 특권 대물림 교육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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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일보]조국 장관 딸의 입시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고,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한 불만과 입시의 불공정성 해소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주)씨에에미디어그룹 서산일보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밝힌 특권 대물림 교육 현실을 시민들께 알리고자 울산 지역에서 세 자녀를 교육하며 지방권 학부모로서 느낀 감정들에 대해 발표한 김춘희 학부모(사진)의 발표문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번 토론회는 지난 1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신경민 국회의원이 ‘입시 공정성을 넘어 -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중단’을 주제로한 국회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4토론자로 나선 김춘희 학부모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비 온 뒤 하늘에 펼쳐지는 무지개는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그런데 이 무지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곱 가지 색의 조화가 아닌 한 가지 색깔로만 되어있다고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이것도 예쁠 거는 같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색들이 모인 조화로움에서 배어나오는 아름다움에는 비할 바가 안 되겠지요? 작금의 대한민국 교육의 모습은 이처럼 가장 밝은 색이 나머지 색들을 흡수해버린 블랙홀이 되어 저 하늘을 독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 지방에서 올라왔습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이고, 엄마들 몇 명이 모여 아이들 얘기로 수다를 떨고 나름 소박하게 교육을 걱정하는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표현했는데요, 지방! 그 곳의 교육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저는 지방에서 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가장 밝은 색이 잘려나가  전체 채도가 떨어져서 어두워진 무지개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지방권 학부모로서 느끼는 교육에 대한 몇 가지 감정의 키워드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 감정은 ‘둔감함’입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먼저 촘촘한 성적으로 줄을 세워 ‘인 서울’을 목표로 돌진하는 정독반이 만들어집니다. 정독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외비가 되고, 이 교실은 성역이 되어 학교 내에서 집중 관리 대상자라는 호패를 차고 특혜를 받는 행운을 누리게 됩니다. 가장 밝은 색만 잘라서 모아놓은 비정상적인 무지개처럼 ‘정독반’이란 간판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 성역 안에 들어온 아이들은 성역 바깥의 아이들과 자신들의 계급이 다르다는 이상한 특권의식의 씨앗이 싹트게 됩니다.

이들의 자습실에는 다른 자습실과는 달리 부모들이 준비한 간식이 제공되고, 수시 전형의 스펙으로 쌓이는 교내 대회의 온갖 상장들이 그들에게로 몰려가고, 다른 교실의 아이들이 자소서에 두 세 줄 쓰기도 어렵고 답답해 할 때, 이들에게는 자소서 특별 지도와 첨삭이 이루어집니다. 심지어는 교내에서 서울대에 갈 만한 학생이 학교 시험에서 오답을 적어내도 정답으로 둔갑되는 일! 채점에 대해 항의하는 학생에게 ‘그렇다고 너의 등급은 변함이 없는데, 뭘 그렇게 열 받아 따지냐! 넌 이기적이다!’ 라며 되려 이기적인 학생으로 낙인찍는 학교! 도대체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정의라는 걸 배울 수 있을까요?

어떤 계층에서는 특혜를 당연히 누리고 있는 희한한 대한민국의 현 교육 사태에 비하면, 이런 이야기는 이제 특별히 놀랍지도 않은 일이 되어버렸지요. 특히 울산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제외하고서는 일반 국립대학도 하나 없이, 울산대학교가 유일한 4년제 대학입니다. 가까운 부산만 해도 대학이 많아 대학 서열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지만, 울산은 대학에 대해 크게 예민함이 없고, 고등학교에서 애초에 인서울 아닌 아웃서울로 낙인된 자신의 거처에 점점 익숙해져 가게 됩니다. 이러한 둔감함 탓에 학벌주의나 임금 차별 등과 같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분노나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많아 보입니다. 자극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두 번째 감정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포함한 ‘어두움’입니다.
밝은 중앙에서 떨어진 물리적 거리만큼 어두운 것일까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주체인 고등학교에서조차 복잡한 입시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지방권 학부모들은 답답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어떤 학부모로가 학교에서 연 1회 정도 개최하는 대학 입시설명회를 교사들과 함께 들은 후일담인데요, 설명회가 끝나자 교사들끼리 ‘이제야 입시 제도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대요.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이 엄습해와서 마음이 어두워졌다고 하더군요. 진로 지도를 해서 대학을 보내야 하는 입장인 고등학교 교사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입시 제도를 이제껏 운영해왔다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주는 정보가 별로 필요치 않고 고액 컨설팅으로 준비하는 부류가 있다는 것은 정보를 접하는 기회조차 공평하게 가질 수 없다는 반증입니다.

또 교사들의 의지로 만들 수 있는 교내 대회나 교외 탐방 같은 체험의 기회도 적은데, 그 조차도 공부 잘 하는 학생들에게 스펙 만들어주기로 기회를 휩쓸어 가니 다른 학생들은 참가할 기회조차 가지기 어렵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한 학생은 학교 바로 옆에 과학관이 있는데도, 박람회가 개최될 때 과학 부스에 참여하고 싶어도 선생님들이 잘 안하려 하고 신경도 안 써주는 것 같아 답답하고 속상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심지어는 이전 교육과정의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항의하더라도 ‘프린트물로 공부하면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와 ‘선생님들이 진짜 노력 안한다’고 아이가 집에 와서 하소연을 했다고 하네요. 
 
■세 번째 감정은 ‘박탈감’입니다.
이곳에서는 뭘 해도 안 된다는 느낌! 희망을 잃어버린 듯한 체념의 말투들을 보면 지금 세대 젊은이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세대입니다. 이곳이 개천인 건 뼈저리게 느끼는데, 용은 다 어디로 갔나요? 용이 나는 것은 본 적이 없는 것이지요. ‘공부 잘하는 그들이 입성하는 서울, 그들보다 못한 내가 있는 지방’으로 철저히 공간을 분리시키고 공간이동 가능성마저 스스로 체념합니다.
 

몇 년 전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러 지역에 있는 대학교 앞에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지방대생들은 이 법이 제정되면 유리해지는 입장이니 당연히 법 제정에 찬성할 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학생들은 반대 쪽 스티커를 붙이더군요. 처음에는 이 학생들이 잘못 이해하고 붙이는 줄 알고 ‘이 법은 출신학교 간판만으로 차별받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라고 재차 설명을 해주며 스티커를 붙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전히 출신학교 차별을 찬성하는 쪽에 고민 없이 스티커를 붙이더군요. ‘SKY대학을 나온 애들은 그만큼 성실하고 머리 좋고 똑똑하니 실력이 좋고 일도 잘 할 것이니,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고 공정한 거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들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던 저희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그 학생들 주변에 모여 짧지 않는 시간 동안 거리 토론을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걸 혼신을 다해 이해시키고 싶었던 엄마들의 마음이었지요. 이 곳 지방에서는 특권의 대물림보다 더 무서운 스스로 무능하다는 ‘비특권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학의 서열화가 채용까지 이어지며 훗날의 사회적 위치와 계급의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 교육체제는 인간의 마음 속 뿌리에 독약을 쳐서 희망을 죽이고 박탈감을 심어 사람 자체를 뒤흔들고 있음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꼈던 일화입니다.  너무 슬퍼졌습니다. ‘인 서울’ 하지 못한 이 학생들의 마음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우리 기성 세대들은 이 젊은 청년들에게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네 번째 감정은 ‘수치심’입니다.
얼마 전 TV에 방영된 다큐에서 서울 살다가 여유와 행복을 찾아 지방으로 내려가서 살겠다는 딸에게 엄마가 ‘너는 패배자다’ 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제가 말하는 수치심은 부모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딸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이었던 것입니다. 서울에 살면서 지방으로 학교를 다닐까봐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의 마음, 우리는 이런 감정을 이런 상황에서 왜 느끼게 된 것인지요? 

■다섯 번째는 ‘우월감’ 속 ‘열등감’입니다.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을 보낸 건 집안의 자랑거리요, 모임의 부러움거리가 됩니다. 지방에서는 자녀의 SKY입성 자체로 다른 학부모의 추종과 지지, 신망을 얻을 수 있게 되니 자연히 다른 부모들에 대한 우월감과 특권 의식을 갖게 됩니다. 다른 부모들은 열등감을 부러움으로 포장한 채, 어떻게든 입시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하지요.    

우리의 일상 속에 사용하는 언어 문화에도 지역 차별이 내포되어 있더군요. 흔히들 ‘서울에 올라간다’, ‘지방에 내려간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이 표현에는 물리적 위치뿐 아니라, 높고 낮은 서열 위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도시 자체에도 특권이 대물림되고 있는 셈이지요.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표현보다는 ‘간다’, ‘이동한다’는 표현으로 표현이 맞는거 아닐까요? 저희 딸이 친구들과 나눈 말을 빌리자면 ‘서울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특권’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의 작은 일상을 돌아보며 차별이 아닌 차이를 서로 공유하고 연대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교육의 대안이 아닐까 합니다.

■모두를 위한 교육을 꿈꾸며
지방권 아이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교육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의 고등학교와 지역의 대학 졸업자에게 취업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과 같이, 해당 지역의 아이들이 오롯한 지역의 인재로 커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자기 그릇 바깥이라 생각하며 넘보지 않아야 마음이 편한, 살기 위해 포기를 선택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희망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일까요?

서울의 하늘에든, 지방의 하늘에든 그 어떤 곳에서든, 무지개는 물과 빛과 공기의 합작으로 탄생하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입니다. 우리 아이들 각자가 물이고 빛이고 공기인데, 이것에 어떤 차별이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이런 무수한 간극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화롭게 화합할 때만이 아름다움이 창조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똑같이 아름다운 무지개이니까요.

부모가 누구든 지역이 어디든 학교가 어디든, 이 시대 젊은이들이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거쳐 특권을 대물림하는 교육이 사라지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낮은 곳도 높은 곳도 아닌, 새벽 KTX를 타고 사람 사는 지방에서 사람 사는 서울로, 올라온 것이 아닌 이동해 온, 세 아이의 엄마가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낸 부당한 이유로 마음이 아프고 곪아가며 무기력해져가는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고 싶은 마음을 성토했던 시간으로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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